본문 바로가기

대문

동화거꾸로보기2) Snow White 백설공주 얼마 전에 모시인이 백설공주 다시 쓴 건 없냐고 물었었는데 완성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제서야 간결(?)하게 완성해 본다. 단지 백설이 설정을 비행청소녀에서 자폐소녀로 조금 바꾸었달까. 간단하게 썼지만 정신분석 코드가 꽤나 숨어 있을걸? --------------------------------- 옛날옛날에 백설공주가 살았습니다. 눈처럼 희다하여 백설이라 이름 붙여진 소녀는, 가엾게도 그녀를 낳으며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재혼을 하여 새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엄마의 정이 선천적으로 그리웠던 그녀는 언제나 침울한 소녀로 골방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녀를 걱정했던 새엄마는 자신의 자식도 낳지 않은 채 지극 정성으로 백설이를 보살펴 주었습니다. 그러나 국정에 피곤하여 무심한 .. 더보기
동화거꾸로보기1) Alice in Neverland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솔직히 이렇다. 아래 글사람님이 어느 날 타임라인에 아래와 같은 트윗을 썼는데 그걸 보고 예전부터 생각하던 동화비꼬기를 풀어 써 보게 된 것. 모티브만 있었지 전개나 결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진 않았는데 트윗에 즉흥적으로 쓰며 정리가 되었다. 그 때 쓴 트윗을 모아 다시 정리해 본다. Alice in Neverland 라는 동명의 밴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밝혀 둔다. "@HomoScripto 마초 피터 팬은 매력적인 팅거벨을 동경하지만 순종적인 웬디와 결혼한다. 웬디는 피터 팬의 단점을 고칠 수 있다 믿는다. 피터 팬은 훗날 후크 선장이 된다. (피터 팬 신드롬 요약) 원더랜드에서의 신비로운 경험으로 현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던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원더랜드로 갈.. 더보기
남도방랑기(5) -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당신, 분노할 곳에 분노하지 못할 테면 잠자코 가만히 있기나 해!" 3시간쯤 열심히 떠들었을까? 시간은 이미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다. 안주를 집어올리지도 않은 채 깨작거리던 나의 젓가락은 마침내 테이블 위에 조용히 놓여졌다. 그리고 고개를 그리 많이 처 들지도 않은 채 눈을 치켜뜨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흠칫했는지 자리를 옮기자고 한다. 거기다 대고 눈치도 없이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그렇게 자본의 노예로 살아." 그날, 나와 함께 그를 대면한 H는 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잡지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남자라고. 그랬다. 오랜 유학생활 끝에 우리나라 최고 그룹사의 금융 요직에서 근무 중인 성공한 남자, 인텔리(?)의 교본같은 모습이었다. 한벌 정장 아닌 콤비를 저토록 센스있게 소화하기란 참.. 더보기
남도방랑기(4) - 분노할 곳에 분노하지 못할 테면 쾌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잠은 쉽게 들지 않았다. 덕분에 챙겨온 애거서 크리스티의 를 거의 읽어 버렸다. 이 잘 짜여진 추리소설의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었으나 '역시 고전, 대가의 작품답군'이라는 생각은 충분히 들게 했다. 아니 '거의' 읽었다면서 어떻게 결말을 아냐고? 그렇다. 난 소설을 때론 이렇게 읽어버린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중 1때 국어 교사이던 담임 선생님이 발단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첫 부분을 읽은 후 결말 알고 나서 중간을 읽는다는 얘길 들으며 속으로 '싸이코'라고 비웃은 후부터 나는 악착같이 처음부터 차곡차곡, 지금껏 해왔던 대로 또 앞으로 해 나갈 것처럼 그렇게 차근차근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느 책인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리 .. 더보기
남도방랑기(3) -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다산초당 오르는 뿌리길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은 둘이서도 행복할 수 없다. 굳이 거창한 설명은 때려 치우자. 맨손으로 달걀치듯 탁 깨놓고 말해 제 몸 하나 간수 못 하는 종자가 무슨 남까지 거두겠단 욕심인가? 아 글쎄, 내가 부족하니 둘이서 노력하겠다고? 그럴 깜냥이라면 겸손하게 상대를 만날 것이지 뭘 그리 학벌에 직업 따지고, 월수입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부모 잘 사나 못 사나까지 따져 보느냐 그 말이다. 게다가 착한 얼굴에 몸매라니. 이 무슨 껍데기를 인격화 시키는 망발인가? 남자건 여자건, 애건 어른이건 할 것 없이 홀라당 벗겨놓고 개인기나 눈요깃거리로 몸을 상품화 하여 보여주는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표현법 아닌가 말이다. 좌우당간 당신이 이 모든 것에 짐 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 더보기
남도방랑기(2) -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세상 모든 다음은 처음을 따라갈 수 없다. '초심으로', '초심을 잃지 말자' 따위의 다짐과 각오를 세상 사람들은 참 많이들 한다. 내가 쓴 문장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다른 얘기다. 두 번째, 세 번째를 하다보면 어느 새 나는 훨씬 익숙하고 능숙한 사람이 되어 있다. 물론 익숙함이란 때로 크나큰 독이 되기도 하며 권태라는 수렁에 우릴 빠뜨리기도 한다. 그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내가 통달한 사람이라면 여기 앉아 이런 문장 따위를 쓰거나 생각하고 있지도 않겠지? 초심이라는 것, 처음의 마음이라는 것, 그것을 다시 되찾기란 실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벌써 경험해 버린 걸 경험하지 않.. 더보기
남도방랑기(1) - 떨어진 신발끈의 추억  떨어진 신발끈이 여행 시작도 전에 개똥 철학 하나를 던져 준다. "풉!" DMC전철역을 콧전에 두고 신발이 떨어져 버렸다. 정확하게는 발등을 감싼 X자의 샌들끈 중 하나가 떨어지는 바람에 나머지 하나의 사선과 발목의 고정끈 하나만이 내 발을 지탱한다. 당황스럽기보단 우스웠다. 어쩌면 타이밍도 이리 절묘한지 먼길 떠나는 임을 붙잡기라도 하듯. 마침 비가 내려 우산을 펴드는 순간이다. 우산을 펴드는 시간만큼의 찰나적 순간이지만 완전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돌아갈까? 나아갈까?' 미국에서 돌아온지 24시간도 안 된 친구는 시차 적응 하느라 어젯 밤, 내가 들어온지도 모를만치 깊이 곯아 떨어졌고 혹시나 깨울라 방문을 닫아둔 채 거실에서 드라이를 하고 조용히 커피 한 잔만을 내려 마시고는 조심스레 현관을 빠.. 더보기
청계산의 만만이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것은 바야흐로 6년 전,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널리 퍼진 SNS 덕에 5년의 공백을 깨고 우린 다시 만났고 강산이 반쯤 변할 시간 동안 우리도 변해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보단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와 성장의 간극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변화란 음과 양의 값을 동시에 가지고 성장은 양의 값을 가진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경향이 있다. 즉, 나쁘건 좋건 변화라는 말을 쓸 수 있지만 성장이라는 말을 썼을 때는 무언가 좋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성장했을 때 '자랐구나'라 생각하게 되는 반면, 변화라는 말을 썼을 땐 '변형(질)되었다'는 즉각적 인식을 가지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했던 우리는 당시 내가 만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