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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색의 방

동화거꾸로보기1) Alice in Neverland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솔직히 이렇다. 아래 글사람님이 어느 날 타임라인에 아래와 같은 트윗을 썼는데 그걸 보고 예전부터 생각하던 동화비꼬기를 풀어 써 보게 된 것. 모티브만 있었지 전개나 결말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놓진 않았는데 트윗에 즉흥적으로 쓰며 정리가 되었다. 그 때 쓴 트윗을 모아 다시 정리해 본다. Alice in Neverland 라는 동명의 밴드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밝혀 둔다.

"@HomoScripto 마초 피터 팬은 매력적인 팅거벨을 동경하지만 순종적인 웬디와 결혼한다. 웬디는 피터 팬의 단점을 고칠 수 있다 믿는다. 피터 팬은 훗날 후크 선장이 된다. (피터 팬 신드롬 요약)
 
 
원더랜드에서의 신비로운 경험으로 현세에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던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원더랜드로 갈 수 없을까 고민하다 땅굴로 미끄러지며 네버랜드에 떨어진다. 시공을 뛰어넘은 그녀가 잠시 정신을 잃고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 앞에는 동심의 눈동자를 고스란히 간직한 피터팬이 쓰러진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연스레 얼굴을 붉히게 되는데...

한편 순종적이고 순수한 웬디와 달리 이국적 미모를 뽐내던 메이드복을 연상케 하는 하늘색 드레스에 에이프런을 두른 앨리스라는 새로운 여인 앞에 피터팬은 본능적 호기심을 일으킨다. 우린 이미 알지 않은가? 모든 사건의 시작은 호기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서로를 들여다보던 눈망울에서 같은 종류의 선망과 순수한 욕정을 발견한 둘은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가는데... 

처음 놀러올 때야 한없이 넓어 보였던 네버랜드도 이제는 그 놈이 그 놈이고, 그 바닥이 그 바닥인, 좁아터진 나라가 된 피터팬과 웬디 부부에게 이러한 치정사건은 숨길 것도 없었다. 게다가 입싸고 방정맞은 팅커벨은 어김없이 그 소식을 웬디에게 고해 바치고...  

질투에 눈 먼 웬디는 팅커벨과 짜고 피터팬의 맘을 돌리기 위해 치정극을 꾸미는데...
 
어차피 동심의 시간이란 느린 법이라 네버랜드의 시간이 앨리스에겐 억겁처럼 느껴지는데 과거 원더랜드에서 이상한 년놈들한테 혼쭐이 난 기억 때문인지 피터팬의 순수함에 매료되었으나 아뿔싸, 이 순수한 남자는 뽀뽀 이상의 진도란 나갈 줄 모르는 것이다. 더 이상 어른이 되길 원하지 않는 덜 자란 모습과 섹시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미건조함에 흥미를 잃고 시름에 잠겨 있던 중 끈질기게 살아남아 숲에서 헤매던 후크선장과 마주치게 되는데...
 
어차피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때부터 야동매니아들의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해 에이프런에 발목 삭스를 입은 금발의 로리콘으로 만들어진 앨리스는 마초 후크를 한 눈에 매료시키고, 역시나 피터팬의 뽀뽀에 감질만 느끼던 앨리스는 후크의 거친 갈고리와 다년간의 해적활동으로 다져진 억센 근육에 쾌락의 끝에 다가서는데..
 
(흠흠... 19금)
 
피터팬의 맘을 돌려 보려던 조강지처 웬디는 앨리스와 후크선장의 열애 사실을 네버랜드 빅마우스 팅커벨에게 전해 듣게 되고 갑자기 앨리스에게 버림받은 피터팬이 무능해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적으로 간주하던 후크에 대해 새삼 의문과 호기심이 발동하는데...‘저 따위 로리콘에게까지 버림을 받아? 아니, 대체 후크에겐 어떤 매력이?’
 
 
후크선장으로 인해 소녀 앨리스는 진정한 여자로 거듭나 이미 먼로를 능가하는 dumb blonde(금발녀 비하 속어)로 거듭났으니, 이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렷다! 때마침 문을 열어제낀 동정녀 웬디는 낯뜨거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그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던 웬디는 마치 부모의 정사 장면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문을 닫거나 나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석상처럼 얼어붙어 버린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 나비처럼 사뿐히 다가와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 앨리스에게 입술을 빼앗기고 만다. 이미 그녀는 자연스레 혼미한 상태의 웬디를 열락의 침대로 이끌고..
 
셋의 땀으로 흥건히 젖은 하얀 시트 한 복판에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심장 만큼의 붉은 피, 웬디는 만족함과 수치심, 금기에 대한 호기심 등 정체모를 감상에 휩싸여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 사이 팅커벨의 고자질에 황급히 달려온 피터팬이 긴장이 풀어진 채 느긋하게 여운을 즐기고 있는 틈을 타 쏜살같이 후크에게 달려 드는데...
 
이미 후크의 위력을 일찌감치 체득했던 터라 그는 비장의 무기를 품 속 깊이 숨겨 온 것이다. 그것은 옆 행성 제다이에게 에일리언을 미끼로 잠시 빌린 광선검과 거울 방패. 있는 힘껏 심장을 향한 광선검에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후크는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웬디와 앨리스는 정신을 잃는다.

잠시 후 깨어난 그들은 정확히 왼쪽 심장에 검이 박힌 채 싸늘히 식어 있는 피터팬의 시체를 보았을 뿐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순간, 나딩굴어진 거울 방패를 무심코 바라 본 둘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방패에 비친 것은 다름 아닌 후크선장 이었던 것이다.
  

* 필자 주: 
남자는 피터팬같은 어린애의 모습과 후크같은 짐승남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여자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대개는 페르소나와 사회문화적 틀 속에 억압을 하고 삽니다.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보려하지 않죠. 그래서 트위터에도 세컨계정 따위가 있는겁니다. 내면의 그림자까지 있는 그대로 직면하시고 수용하세요.